지하철 타고 가다가 가끔 그 장면 보지 않나요? 중고딩들이 무리지어서 현장학습을 가는 날. 아침부터 신난 거야. 그 애들은 뭔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출근하는 직장인으로서 생각이 딱 하나밖에 없죠. "얘들아... 나도 예전에 너희처럼 설렜었어..." 아, 진짜로. 걔들은 도시락 들고, 단체복 입고, 뭐 볼거리가 많지 않아요? 마치 세상에서 자기가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떠들어대는데, 나는 그냥… 내 출근을 한탄하고 있지. "아… 저 중에 누군가도 나처럼 월급쟁이가 되겠지. 미리 축하한다, 얘들아." 그리고 기차역에서 다음 역에서 탑승하는 게 누구냐면, 초딩들. 이때 중고딩들 표정이 갑자기 바뀌어. 초딩들 보자마자 중고딩들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어린 것들이… 아직 인생의 고단함을 모르는군." 갑자기 중고딩들이 어른이 된 느낌이 들면서, 저 초딩 무리가 너무 귀찮아 보이는 거야. 걔들한테는 그저 '철없는 꼬맹이들'. 근데 나도 걔들한테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하... 쟤네 아직 인생의 진짜 맛을 모르는구나. 출근의 씁쓸함을 모르고 있어." 진짜 웃기죠? 중고딩들이 초딩들 보고 느끼는 감정이, 직장인이 중고딩들 볼 때 느끼는 거랑 똑같아요. 결국 다 똑같이 삐딱하게 보게 되는 겁니다. 초딩들은 그냥 무작정 신나 있고, 중고딩들은 초딩들을 무시하면서 자기가 좀 더 어른이라고 착각하고, 직장인은 그들 모두를 보며 혼자 중얼거리죠. "결국, 얘네도 다 이렇게 되겠지." 근데 반전이 뭐냐면, 나도 가끔 출근할 때 내가 한때 초딩, 중딩, 고딩이었다는 걸 잊어버리잖아요? 그래서 속으로 외치죠. "그래서 다들 어디 가는 거야, 나도 따라가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