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못 찍는 사람
이런 친구들 꼭 있죠? 사진 찍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데, 퀄리티는 지옥행 급행열차야. 아니, 어떻게 찍는 족족 눈 감은 사진을 생산할 수가 있지? 도대체 어느 시점에 사진을 찍는 거야? “하나, 둘, 셋!” 하는 순간이 아니라 눈꺼풀이 닫히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나?
아니, 심지어 눈 감은 사진만 찍는 것도 아니야. 이상한 구도로 얼굴을 괴상해 보이게 만드는 마법의 손길이 있어. 찍힌 내 얼굴을 보면 표정이 이렇게 돼 있잖아: 한쪽 눈은 감기고 입술은 이상하게 삐뚤어진 표정 저 얼굴이, 이게 나야? 이쯤 되면 인생 첫 면허증 사진이 더 나을 정도야. 면허증 사진은 최소한 정면이라도 보잖아.
또 찍을 때는 엄청 진지해. 셔터를 누를 때 표정이 “가만있어 봐. 각도… 빛… 오케이, 지금이야!” 그러고 나면 사진 결과물이 어때요? 역시나 10장 찍으면 7장이 눈 감은 사진이고, 나머지 3장은 카메라가 왜 흔들렸는지 수수께끼가 되는 작품들이야.
또 그 친구는 늘 이렇게 말하지. “아, 나 사진 찍는 거 진짜 좋아해.” 아니, 너는 찍는 걸 좋아해도 사람들은 안 좋아해! 언제까지 그렇게 우리를 잔혹하게 찍을 거야?
그런데 나중에 보면 그런 사진들이 더 소중해요. 정자세로 딱 찍힌 프로필 사진? 그런 건 몇 번 보다가 끝인데, 이상한 표정 나온 사진은 볼 때마다 터지는 거야. 그게 진짜 추억이지. 나중에 결혼식 앨범이나 단톡방에 하나씩 돌리면서, “얘들아, 이때 우리 진짜 망했었잖아!” 하고 다 같이 빵 터지는 그 맛이 있단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생각해봐요. 완벽하게 찍힌 사진이 뭐가 재밌어? 아무 결함 없는 사진은 졸업 앨범 사진 같잖아. 쓸 땐 멋진데 정이 안 붙는 거지. 하지만 친구가 찍은 망한 사진은 마음속 깊이 저장되는 사진이야.
결국 그 엉망진창도 오래 남기면 예술인 거예요. 그래, 우리 인생도 그런 거잖아. 완벽할 필요 없어. 눈 감고 찍힌 사진마저도 사랑하는 우리가 진짜 승리자야.
그러니까 결론은? 다음에도 그 친구한테 사진 맡기자.
어차피 완벽히 찍어도 어딘가 망할 거면, 차라리 눈 감고 웃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