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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

호칭 인플레이션

스탠드업 코미디 2024. 10. 8. 09:08

요즘 호칭 인플레이션 장난 아니지? 진짜 옛날 생각해 보면, 조선시대 때만 해도 ‘놈’이랑 ‘년’이 그냥 남자, 여자를 구분하는 말이었다구. “야, 저 놈 누구야?” 이러면 “어, 저 남자 누구야?” 이 뜻이었지, 지금 같으면 바로 싸움 나는 거지. 근대까지만 해도 ‘당신’이 높임말이었어. 그때는 “당신 이리 오시오” 하면 “어, 나한테 되게 깍듯이 하는구나?” 이러던 때였다고!

근데 지금은 아무한테나 ‘사장님’이야. 집 앞 치킨집 사장님, 편의점 사장님, 동네 강아지도 사장님! 요즘 자영업자는 5만 명인데, 사장님은 500만 명인 거 아니야? 이러다가 진짜 사장님도 “아, 내가 사장님이었나?” 하고 헷갈리겠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서 이제 ‘선생님’도 아무 데나 막 쓰잖아. 원래 ‘선생님’은 정말 존경받는 분들한테만 쓰는 극존칭이었거든? 근데 지금은 청소하시는 분들한테도 “여사님”이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어디 갈 데가 없어졌어. 아니, 물론 존중하는 거 좋은데, 그러면 진짜 선생님은 뭐가 돼? 왕선생님? 초특급선생님?

‘여사님’도 모자라서 이제는 ‘주사님’이라고 부르더라고! 아니, 여러분, ‘주사님’이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돼? ‘일반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요즘은 진짜 “주사님 가십니다!” 하고 길 비켜줘야 할 판이야.

그나마 사람한테만 그러면 이해라도 해. 근데 요즘은 물건도 높여! 패스트푸드점 가봤어요? “햄버거 나오셨습니다~” 하더라고. 햄버거가 언제부터 나오셔? 뭐, 버거 왕이야? 이러다 감자튀김도 “나오셨습니다~” 하면 “어머, 튀김님~” 하고 인사라도 해야 될 판이야.

이뿐이야? 화장품 광고는 더해! “이 화장품은 모이스처 기능이 있으시고, 민감한 피부에 적합하시다.” 화장품이 언제부터 ‘있으시고’, ‘적합하시고’ 한 거야? 진짜 이러다가 다리미도 “다리미님께서는 구김이 싫으시며, 열이 아주 풍부하십니다” 하겠다!

근데 이런 식으로 아무 데나 존칭 남발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원래 고운 말도 천대받는다고! 예전에 ‘아가씨’가 진짜 예쁜 말이었어. 젊은 여성을 부를 때, “아가씨~” 하면 뭔가 깍듯하고 예의 바른 느낌이었거든.
근데 지금? “아가씨” 하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보잖아. “어, 저 사람 밤에 일하나 봐?” 이러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간 진짜 50년 후에는 “여사님”도 애들한테 “어, 야! 너네 여사님 봤어?” 하면 “어? 그거 네가 어제 이상한 데서 본 그거?” 이러는 거야.

결국 이게 다 과잉 높임 때문이야! 우리가 언제까지 높여야 되냐고? 이러다가 진짜 물건도 높이고, 음식도 높이고, 별거 아닌 것들도 다 높이다 보면 나중에는 도넛한테도 “여러분, 이 도넛님께서는 설탕이 아주 풍부하시고 칼로리가 매우 높으십니다.” 할 거야! 그러면 우리 마지막에 뭐라고 해야 돼? “이 도넛님께 경의를 표하고 드세요~” 해야 돼? 아니, 도넛 앞에서 절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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