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사진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겠죠. 누군가는 완벽한 구도와 조명을 맞춘 사진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 어설픈, 어딘가 틀어진 사진들 속에서 더 큰 위로를 찾아요. 눈을 감고 찍힌 사진이라니, 분명 기술적으로는 망한 셈일 텐데 그 친구의 평소 모습과 딱 맞아떨어지니 그게 또 웃긴 거예요. 그런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요.
왜냐고요? 완벽한 사진은 몇 번 보고 나면 더 이상 꺼내지 않지만, 엉망진창인 사진은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당기거든요. “이거 기억나? 이때 우리가 얼마나 망했었는지 알아?”라고 되묻는 그 순간, 우리는 마치 오래된 필름을 돌려보듯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죠. 결혼식 앨범을 넘기다가 그 엉성한 사진 하나에 멈춰서는 신랑·신부의 웃음. 단톡방에 스르륵 올라오는 옛날 사진에 “이때 진짜 웃겼다”며 터져 나오는 폭소.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추억 아닐까요?
가끔은 완벽함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춘 정돈된 사진은 마치 아무 결점 없는 디지털 그림 같아서, 정작 사람의 온기를 느끼긴 어렵잖아요. 반면에 친구와 함께 찍은, 조금은 엉성한 사진 속에는 그날의 공기, 대화, 심지어 배경에 떠돌던 웃음소리까지 담겨 있어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아, 우리가 참 그랬었지” 하며 한숨과 웃음을 동시에 짓게 되죠. 그런 게 바로 사진이 선물하는 작은 기적이 아닐까요?
사실 인생도 비슷해요. 완벽한 계획이나 결과가 꼭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살다 보면 기대와 어긋난 일들이 추억의 알갱이로 남아 나중에 빛을 발하곤 해요. 찰칵 소리와 함께 눈을 감아버린 순간마저도 우리가 나중에 꺼내어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승리한 인생 아니겠어요?
그러니 다음에도 사진은 꼭 그 친구한테 맡기자고요. 이번에도 누군가는 눈을 감고, 또 누군가는 이상한 표정을 지을지 몰라요. 하지만 어차피 완벽하려고 해도 어딘가 비뚤어질 운명이라면, 우리 그냥 웃으면서 찍히면 되는 거죠. 거창한 포즈 따윈 필요 없어요. 그날의 공기와 마음이 그대로 담긴 사진이야말로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다시 그 순간으로 데려가 줄 테니까요.
다음번에는 어떤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날 우리가 눈을 감고 웃으며 찍힌 사진들이 다시금 소중한 이야기가 되어 우리 곁에 머물 거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렌즈 앞에서 긴장하지 말고 마음껏 엉망진창이 되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셔터가 눌리는 순간, 그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웃고 있었다는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