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 너무 자주 보니까 진짜 잠수함 잠망경 내다보는 느낌이지 않아요? 잠깐 앞에 보고 “아 여기쯤 왔구나” 하고 다시 고개 푹 숙이고. 근데 웃긴 건 뭐냐면, 몸은 알아서 길을 기억하고 가고 있는데, 앞에 상황을 확인할 때마다 갑자기 장면이 확 바뀐다는 거야! 내가 분명 집 가는 길에 폰만 보고 있었는데, 어라? 정신 차려보니까 집 가는 버스를 타고 있는 거야. 야, 언제 탔지? 기사님이랑 눈 마주치면서 괜히 “네,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내리긴 했는데, 이게 맞나 싶은 거지.
그래도 뭐, 버스 타고 왔으니까 괜찮겠거니 하고 또 폰 열었지. 그러다 또 한참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이번엔 남친이랑 밥 먹고 있는 거야! 와, 언제 만난 거지? 심지어 메뉴도 이미 다 고르고 있어. 난 아무 기억도 없는데, 내 손은 이미 반찬을 집고 있다니까. 근데 더 황당한 건, 걔도 폰만 보고 있어. 야, 우리 데이트 맞아? 둘 다 서로 안 보고 폰만 보다가, 이쯤 되면 카톡으로 대화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오빠 지금 뭐 먹어?” 이러면서. 근데 또 웃긴 건, 그게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아. 아, 이게 요즘 연애인가 싶더라고.
그리고 결국 또 폰하다가 “아 뭐 어차피 시간이 해결하겠지” 하고 넘기는데, 다음 순간 정신 차려보니까 이미 집에 누워 있어! 야, 언제 씻고 언제 옷 갈아입은 거냐고. 나 샤워했나? 머리 감았나? 잠깐만,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심지어 잠옷이 바르게 입혀져 있어. 이쯤 되면 내가 은밀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나도 모르게 나를 돌봐주는 비밀 요원이 있나? 진짜 이런 거 어디 가서 말하면 사람들 안 믿겠지? 근데 다들 똑같이 살 거잖아. 맞지? 여러분도 한 번쯤 그런 적 있잖아요? 막 현실이 꿈같이 이어지는 순간.
근데 결국 이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나면, 결론은 뭐냐. 아, 그냥 또 내일 똑같이 반복하겠구나. 언제 정신 차리고 살지? 아니, 진짜 이런 걸로 노벨상 같은 거 없나? “일상 적응 능력상” 이런 걸로. 어차피 또 내일도 난 그 잠망경 들고 다닐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