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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스탠드업 코미디 2025. 2. 6. 17:12


한동안 글을 안 쓰다가 문득 예전에 쓴 글들을 봤어요. 와, 근데 이게 재밌네? 조회수는 0인데, 나 혼자 박수 치면서 읽고 있음. “어우~ 이 문장 봐, 죽인다! 이거 누가 썼어?” …어? 나네?

그 순간 깨달았어요. 아, 이거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써둔 거구나. 세상에, 나 자신에게 선물을 남기다니. 너무 감동적인데? 근데 감동도 잠시, 다음 글을 봤는데…

“오늘은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이유는 없다.”

…이게 뭐야? 이걸 내가 썼다고? 갑자기 과거의 나랑 대판 싸우고 싶어지는 거예요. “야! 이유가 없어도 최소한 그럴싸한 척은 해야지! 이걸 읽는 사람은 뭐가 돼?” …아 맞다. 아무도 안 읽었지.

진짜 글이라는 게 신기한 게, 이때는 뭔가 대단한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막 필받아서 썼는데, 지금 보면 그냥 허공에 대고 혼잣말한 거예요. 마치 집에서 혼자 열심히 연기 연습했는데, 다음 날 보면 “내가 이걸 왜 했지?” 하는 그 느낌?

근데 또 좋긴 좋아요. 예전에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보면서, “아, 그때 나 이랬었구나” 하고 추억을 곱씹을 수도 있고. 글이라는 게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재산인 거지.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건 좀 슬프지 않냐? 남들은 집을 사고 주식을 사는데, 나는 글을 쌓고 있음. “이게 다 나중에 나한테 위로가 될 거야.” 와, 이거 너무 가난한 생각 아니냐?

그래도 다시 써보기로 했어요. 왜냐? 미래의 내가 다시 봤을 때 또 감탄할 수도 있잖아요.

“와, 이거 진짜 잘 썼다! 나 천재 아냐?”
…뭐, 아니면
“와, 이때 진짜 답 없네. 다 지워야겠다.”

둘 중 하나겠지만.

근데 중요한 건 뭐냐? 이 두 개 중 뭐가 됐든, 조회수는 여전히 0이라는 거야.

하지만 괜찮아요! 왜냐? 난 계속 쓸 거니까! 미래의 나라도 봐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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